티스토리 툴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결혼건수 가운데 10.8%에 이르는 3만 3300건이 국제결혼이며, 결혼 이민자수는 16만7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즉,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민족, 다문화 국가라고 볼 수 있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인구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은 과연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는 그들의 처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들은 문화차이, 의사소통의 문제 등으로 그들이 받아야 할 권리를 온전히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받는 과분한 대우에 비해 필리핀, 중국 연변,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인구구성 성분만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변화 되어야만 우리나라를 진정한 다문화, 다민족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변화에 원동력이 되고 있는 뮤지컬이 있다. 작년에 이어 전국 순회공연을 마친 <러브 인 아시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년에 첫 선을 보인 후 호평을 받아 앵콜 공연에 들어간 <러브 인 아시아>를 만나고 돌아왔다. 기대 이상의 ‘발견’을 맛 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다문화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 ⓒ김형민


공연이 시작되려면 30분 정도 남았지만 객석은 이미 꽉 차있었다. 지역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곳곳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도 눈에 띠었다. 그러나 피부색을 막론하고 모두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 있었고 공연에 잔뜩 기대를 머금고 있는 얼굴이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로!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


▲ 외국 며느리들이 노래 실력을 뽐내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김형민


7시가 되자 멋진 도폭자락을 입고 등장한 이영태 소리나루단장의 인사말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는 필리핀, 연변, 베트남에서 온 세 며느리와 고집 센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극의 클라이맥스는 시어머니의 딸이 흑인 예비 사위를 데려오면서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예비사위의 비밀(?)을 모르는 시어머니는 사위 맞을 준비를 하기위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준비한다. 각 나라에서 온 며느리들은 잔치 준비를 하며 자기나라 노래를 멋들어지게 한 곡조 뽑는데, 이때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함성과 박수로 응답했고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내는 연기와 노래로 화답했다. 특히 실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바하노바 아셀 씨가 등장해 카자흐스탄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고, 필린핀 새댁이 다문화 아이들을 걱정하는 노래를 부를 땐 모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흥겨운 축제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예비사위의 비밀을 안 시어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역정을 낸다. 하지만 베트남 막내며느리의 순산과 죽은 남편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서로를 인정하며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극이 끝나도 여운이 남아있는지 관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배우들 한명 한명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갈등의 해결책

공연이 끝나고 외국인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공연장을 나서는 한 가족과 얘기를 나누어 봤다. 2월 달에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는 의사소통문제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은 공감이 간다고 했다. 여전히 의사소통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부부는 작은 싸움도 소통이 않되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요한 것은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진심이라는 것을 이번 뮤지컬을 통해 느꼈다고 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길을 나서는데 우연히 공연에 출연한 아셀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아셀 씨는 실제 카자흐스탄 국적으로 5년 전에 한국에 와서 한국남자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전부터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던 아셀 씨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종교단체를 통해 <러브 인 아시아>와 인연을 맺었고, 올 해부터 전국 순회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 결혼 초반에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의 기억이 추억거리가 되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진정한 다문화 국가의 조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를 이루는 가장 큰 축인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신부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 정신질환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신부의 사연이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단돈 85만원에 팔려오다 시피 한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씨는 단 하루의 맞선을 통해 결혼을 결심했고 한국에 온지 일주일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처럼 외국인 신부들은 대행업체를 통해 한국 남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시집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결혼의 절차는 최근 동남아시아 간 결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충분한 만남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은 언어장벽, 문화차이로 인해 외국인 신부들을 힘들게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고충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부분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임금체불과 같은 악덕업주의 횡포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고 각종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용허가제 도입 5년을 맞아 문제로 지적됐던 일부 조항을 개선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개정안’을 공포했다. 임금체불이나 폭행, 폐업 등으로 인한 사업장 변경은 취업제한 횟수(3회)에 포함시키지 않고, 1년 단위 반복 계약 대신 장기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아직 개정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히려 사업주들이 장기계약을 강요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혜택 역시 개정안 발표 후에도 10명 중 7명만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강제성을 띤 법을 통해 안전 울타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울타리 없이도 그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들도 우리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으로 편견 없이 바라보아야 한다.

흑인 사위를 사위로 인정할 수 있고 베트남 며느리의 손자, 손녀를 따뜻한 눈길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필요할 때이다. 바로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의 한 장면처럼말이다. 


글/사진_김형민(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 주요 장면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다면? www.loveinasia.or.kr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