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_ 김춘수 '꽃'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알 수 있듯 이름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의 상징적, 함축적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한 게 이름이지요. 비단 사람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이름을 가진 제품일수록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수많은 이 제품들의 이름은 누가 만드는 걸까요? 제품의 ‘작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브랜드 컨설턴트’의 모든 것을 파헤쳐 봤습니다. ‘올레’, ‘룰루’ 등 히트한 브랜드를 만든 유지은 실장과 함께 브랜드 작명의 비밀을 알아볼까요?



    


브랜드 컨설턴트는? 제품의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




Q. 브랜드 컨설턴트는 어떤 직업인가요?

브랜드 컨설턴트는 기업이 만든 제품의 이름을 붙여주고, 더불어 회사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네이미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작명가(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그렇지만 단순히 이름 짓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최근에는 제품과 관련된 이미지를 만들거나 상징성을 부여해 소비자의 머릿속에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거든요. 더 나아가 브랜드 이름에 대한 법률 등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도 맡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품 판매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Q.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대학교에 재학시절 네이미스트 아르바이트가 있더라고요. 그냥 이름에 끌려서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운이 좋게 제가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 실제 제품에 붙여졌어요. 물론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는 무척이나 작은 일이었지만 어린 마음에 ‘내 아이디어가 제품의 이름으로 되어 판매되다니! 이 일이 천직인가?’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놀랐고 한편으로는 기뻤거든요. 이 직업이 잘 맞는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죠. 


Q. 어떤 과정으로 이름이 만들어지나요?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서 이익을 만드는 곳이에요. 그래서 제품의 이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제품 개발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샘플을 놓고 저희끼리 회의를 해요. 제품에 이름과 로고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면 비로소 소비자에게 다가가게 될 수 있죠.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비데 제품인 ‘룰루’도 저희가 작업했는데요. ‘룰루’가 출시될 당시, 비데시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있었어요. 대부분 비데라는 제품을 설명하기에 바빴죠. 소비자에게는 낯선 용어였고 한 번에 다가오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희는 비데라는 제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사용했을 때의 기분이 좋아지는 속성을 이용해 ‘룰루’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어요. 다행히 반응도 좋았고요.


Q.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알펜시아 리조트의 알펜시아도 이곳에서 지었더라고요.

처음 저희에게 의뢰를 해왔을 때는 ‘Peace valley’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동계올림픽의 엑티브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새로운 이름을 찾게 되었고 저희가 그 일을 맡아 하게 되었는데요. 이름을 만들기 전에 알펜시아가 들어설 곳을 조사를 해봤어요. 설계안이 알프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평창에 가져오려고 했더군요. 그래서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이미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이름이 알펜시아에요.


Q. 그동안 작업한 것들이 많아요. 대부분이 히트했고요. 그 중 특별한 것이 있으면 꼽아주세요.

래미안(來美安)과 올레가 기억에 남는데요. 이름을 짓는데도 유행이 있어요. 패턴이 만들어지면 다른 회사들이 따라하게 되고 하나의 유행이 되는데요. 저희가 아파트 이름을 많이 지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한자로 이름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특이했거든요. ‘래미안’이란 말의 발음이 흡사 불어의 어감과 비슷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거든요. 올레도 기억에 남아요. 올레는 영어 ‘hello’를 거꾸로 읽으면 되는데요. 형태적 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었죠. ‘래미안’, ‘올레’ 등을 만든 후에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형태로 이름을 짓기 시작했는데요. 하나의 유행이 돼버렸죠. 그 순간 왠지 뿌듯하더라고요. 유행을 선도하고 있으니까요.



한글로 이름 짓기? 어렵지 않아요!





Q. 한글날 행사로 우리말로 지어진 브랜드 명에 관한 소비자 반응 조사를 하셨어요.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지어진 브랜드가 과연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해 조사하게 되었는데요. 한글은 주로 식품, 교육과 관련된 제품명에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주된 이유는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었는데요. 한글이 우리말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어휘가 많기에 그렇게 조사된 것 같아요. 그런데 조사결과에서 놀라운 것이 앞에서 말한 제품군(식품, 교육)외에도 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더라고요. 예로 삼성전자의 bada(바다, 운영체제 이름)나 아파트 이름 등에서 한글은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의외성과 신선함을 주고 그것이 결국 관심으로 이어지게 하더라고요. 한글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 한글날을 맞아 실시한 한글브랜드 조사 Ⓒ브랜드메이져


Q. 한글의 우수성이야 누구나 알지만 막상 기업은 외래어로 이름을 지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언어를 선택하는 것은 아이템과 제품 제작 의도에 따라 가는 것 같아요. 예로 도자기 제품 중 ‘아울다’라는 게 있어요. ‘아우르다’라는 말에서 나온 건데요. 도자기의 종주국인 우리나라 또는 동양권의 나라와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이름만 봐도 한국 느낌이 물씬 풍기니까요. 그런데 만약 외래어로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요? 외국인이 우리 도자기를 사러 왔을 때 제품 이름이 외래어면 구매하지 않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제품에 사용되는 단어는 그 속성과 관련이 많을 거에요. 단순히 한글이라서 이름을 짓는데 이용되지 않는 게 아니라 제품의 속성이 한글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전통 예술품이 좀 더 상품화된다면 한글이름이 더 많이 쓰이겠죠.


Q. 한글이 브랜드 명을 짓는 데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장점은 우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신선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는 점이에요. 우리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이름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일 만은 아니에요. ‘아울다’, ‘설레임’과 같이 이미 좋은 단어는 많이 사용되었고 한글로 된 좋은 어감과 의미의 단어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또, 한글이 브랜드명으로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도메인화가 어렵다는 점인데요.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홍보하기 위해 도메인을 만들어요. 한글의 치명적 약점인 외래어 표기의 어려움이 회사의 최종 결정을 망설이게 하거든요. 이런 점이 해결되면 한글이 브랜드 이름으로 더 많이 사용될 거예요.



다양한 경험이 아이디어의 질을 향상시킨답니다



Q. 언제 브랜드 컨설턴트로서 보람되던가요?

아무래도 제품이 소비자에게 출시되는 순간일 거예요. 출시된 제품이 매장에 진열되고 많은 분이 아 ‘이 브랜드 이름 들어봤어.’라고 말씀해주시면 뿌듯한데요. 사실, 제품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모두 출시되는 것은 아니에요. 회사의 사정에 따라 엎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희가 몇 날 며칠 고민한 이름을 단 제품이 세상과 마주하는 그 순간은 마치 출산 후 아이를 처음 본 느낌이랄까요? 묘한 느낌이 든답니다.


Q.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할 것 같은데요. 이름에 대한 영감 등을 어디서 얻는지요?

저희는 작업을 시작하면 사전을 끼고 살아요. 저희의 주 업무가 이름을 짓고 로고를 만드는 일이다 보니 단어에서 유행의 승부가 결정되는데요. 정말 생소한 단어에서부터 많이 쓰이는 말까지 두루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영어, 불어 등 다양한 사전을 곁에 두고 찾아보고 있어요. 여기에 다양한 체험은 필수적이에요. 저는 서양, 동양 미술사를 공부하거나 영화나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요. 언제, 어느 순간에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Q. 브랜드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하는 분이 많아요. 그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브랜드 컨설턴트라고 하면 어학 전공자가 유리할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만은 않아요. 현재 일하고 있는 친구들만 봐도 심리학, 공학, 어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다양한 경험을 해본다는 것이에요. 브랜드컨설턴트는 언제, 어떤 유형의 제품을 만나고 그것에 이름을 만들어 낼지 모르기에 원론적인 내용에서부터 새로운 유행 트렌드까지 폭넓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데 유리하게 작용 될 테니까요.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자신만의 무기가 되기도 하고요.



이름은 모든 것에 있어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품은 좋은 이름을 얻어 소위 대박이라고 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며 사람의 운명 또한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예명으로 데뷔하기도 하죠. 브랜드 컨설턴트는 제품 제작단계의 마지막에서 제품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람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이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그들이 있어 우리는 매일 매력적인 이름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겠죠? 브랜드 컨설턴트, 이 보람찬 직업에 도전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동영상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