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에 '이참'으로 확 바꿔?
이 참에 '이참'으로 확 바꿔?
- 외국인 유학생들이 바라본 이참 관광공사 사장 임명 -
독일 출신 귀화 한국인 이참(55)씨가 지난 29일 한국관광공사 신임사장에 임명되었다. 아득한 시절부터 외국인이라는 꼬리표는 한국 내 주류 사회로의 진입 혹은 완전한 한국화로의 장벽일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관념적 제재였다. 그 꼬리표의 영속적 힘은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새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으면서 점차 그 강도가 약해졌고, 급기야 공기업의 첫 귀화 출신 CEO라는 결과물을 선사했다. 오늘날 우리는 부단한 갑을논박 속에서 현재 진행중인 이번 이슈를 어떠한 눈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세계인들은 우리의 이슈에 대하여 어떠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번 인사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영어로만 진행되었다.
관광공사 사장 관련 문화놀이터 기사 바로보기 - http://culturenori.tistory.com/195
인터뷰 대상자
- Calvin Chang (23) / 한국계 미국인 / DePaul university (미국)
- Luise Siebert (24) / 독일인 / FH Wiesbaden (독일)
- Kapiro Ramdat (23) / 네델란드인 / Erasmus University (네델란드)
한인 2세 '칼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부모님의 나라 '한국'의 라면맛에 푹 빠져있었다 ⓒ 허영지
외국인들의 눈에 일단 흥미롭게 비춰진 인사발령
허영지 기자(이하 허) - 귀화 출신 최초로 공기업 사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칼빈(이하 칼) - 사실 흥미롭고 좀 놀랍다. 적어도 내가 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필로(이하 카) - 한국 사람들은 핏줄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 외국인이 백만 명도 넘게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이제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뉴스가 그렇게 놀랄만한 건수는 아니라고 본다.
허 - 이참 씨가 임명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국내관광의 활성화이며, 국내에서 재미있게 관광할 수 있다면 외국 사람들도 저절로 즐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자국민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무척 강조하더라.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루이세(이하 루) - 한국의 관광 인프라는 상당히 잘 되어있다. (엄지를 치켜 듦)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내가 서울에만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매력적인 나라에서 정작 자국민 사이에서 관광산업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다는 말인가.
허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국내 관광산업 인프라나 흥보 실태가 미흡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한류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일본과 중국계를 중심으로한 범 아시아계 관광객이 거의 대부분이다. 또한 한국인들은 바쁘게 살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여행을 꿈꾸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매력적인 도시 '베를린' 출신이라는 이유로 절친한 사이가 된 '루이세'는 비빔밥에 중독되었다 ⓒ 허영지
외국 출신 수장이 한국 관광산업을 더 잘 알 수 있느냐
루 - 외국인이 한국의 관광산업에 대하여 더 잘 알 수 있다고 보는가. 그가 비록 귀화를 했다지만 한계가 있지 않을까.
칼 - 아니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그에게 중책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 내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려고 시도한 것이 아닐까. 또한 그가 오랫동안 한국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외국인 출신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루 - 약간 주제가 어긋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핵심은 한국인은 귀화 출신을 한국인으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동등한 한국인으로서의 대우를 해주는 부분에 대하여 인색한 것 같다. (잠시 말을 멈춤) 일종의 차별이 아닌가. 민감한 사항일 수 있지만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허 -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피부가 하얀 백인이며 독일 출신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지니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은 결코 약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차별을 받는다는 표현보다는 독일 출신 백인으로서 얻게되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을 바탕으로 한 '구별'만이 존재할 뿐이다.
칼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고개를 끄덕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내가 미국에서 받아온 차별, 그리고 한국에 왔을때 단순히 미국 국적을 지니고 영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온 우대, 그런 부분들을 돌이켜보면 한국인들은 이번 인사에 대하여 인종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비판하려 드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루 -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인이 관광공사의 사장이 된 것이 그리 놀랄만한 일인가.
다인종 국가화 되어가는 국제사회의 패러다임과의 연관성
칼 - 내가 자란 미국도 다인종 국가이다. 물론 인종차별도 심하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도 흑인 이민자 출신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누구도 그것에 대하여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몇몇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아니겠지만. 한국도 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앞으로 더욱 다인종 국가가 되어 가리라는 것이 뻔하지 않은가. 정치적 해석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현재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꽤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루 -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그것이다. 나는 한국 국민들이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상당히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나라라고 느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시대상황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허 - 하지만 미국은 큰 나라이고 서양의 문화가 기반에 깔려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교권 문화이며 핏줄을 중요시한 단일 민족 중시의 국가이다. 당신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정확한 비교대상으로 미국을 놓는 것은 무리수가 있지 않을까.
자유스러운 사회 분위기로 유명한 네델란드 출신답게 거침없이 인터뷰에 응했던 '카필로' ⓒ 허영지
이참의 개인적 자질과 리더로서의 수완에 관한 고찰
카 -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논의를 조금 돌려볼 필요가 있다. 일꾼으로서의 그의 수완과 재능은 어떠한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나는 가끔씩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이 사람들이 재능을 보고 사람을 뽑는지 여론을 보고 사람을 뽑는지 혼란이 온다. 한국 사람들은 리더를 뽑을 때 여론에 너무 민감하다. 일례로 나는 큰 기관의 리더를 뽑을 때마다 한국의 뉴스와 신문에서 온통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많이 보았다.
허 - 그는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당신이 알다시피 방송인으로서도 오랜 기간 활동해왔으며, 경제 전문가이자 큰 집단의 리더로서도 무리 없이 일을 해왔다. 아마도 이러한 그의 다양한 재능과 삶의 경험이 이번 인사의 큰 배경이 아닌가 싶다.
카 -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손짓을 통해 강조) 그가 많은 경험과 능력을 지닌 인재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 이외의 것은 그보다 중요할 수 없다. 만약 다른 것으로 그의 인사를 비판하거나 이슈화한다면 그것은 한국 국민들에게 비극이 될 것이다.
칼 - 그도 군대에 갔다 왔는가. (웃음) 한국에서 민감한 문제이지 않은가.
허 - 그는 32세에 귀화를 했다. 이미 법적 연령제한을 넘겨 군대는 그와 전혀 관련이 없다.
루 - 그와 관련된 뉴스를 보던 중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과 결혼'이다. 그는 비록 독일 출신이지만 본인의 정서와 생활을 '한국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어 수준도 상당하기 때문에 일처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않았을까 싶다.
허 - 그의 한국어 수준은 솔직히 놀랄만한 정도이며 억양이나 구어 표현능력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한국인 특유의 '정'에 흠뻑 빠졌고, 또한 미래 한국의 가능성에 확신을 품게 되어서 귀화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상당히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비단 한국어 구사능력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기업에서의 이력은 상당히 괄목할 만큼 탄탄하다.
이들에게 한국 음식은 생소하고 어색한 것이 아닌, 매일 점심 반드시 먹어야하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 허영지
생소한 것에 대하여 어색해 하는 인간 심리에 관한 고찰
칼 - 생소한 것에 대한 인간 본연의 이질감은 아닌가. 쉽게 표현하자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귀화 출신자 리더에 대하여 한국 국민들이 익숙하지 못해서 생기게 되는 어색한 감정 말이다.
허 - 사실 나도 그런 부분에서 일정부분 동의한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귀화자를 사회 주류의 좌장으로서 흔쾌히 OK하고 받아들일만한 정서가 보편적으로 깔려있다고 보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 CEO는 한국기업에 더러 있기 때문에 익숙할지 몰라도, 외국인 출신 '귀화' 공기업 한국인 CEO는 이참 씨가 최초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점이 아직 많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핏줄과 민족 연대감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와의 연관성
칼 - 유교문화는 어떤가. 유교문화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상당히 폐쇄적인 마인드로 가두어두지는 않았는가.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유교문화가 가족 중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같은 집안, 같은 민족끼리 뭉치려는 연대감이 무척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교의 핏줄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보수성이 이번 인사발령을 거대 이슈로 만드는 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허 - 민감한 부분이다. (잠시 고민) 조심스레 내 생각을 말한다면 한국의 핏줄 중심의 사상과 유교문화는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를 쌓아가는 부분과 분명히 충돌한다고 본다.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서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의견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카 -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그의 업무수행을 지켜보고 호불호를 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핏줄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세계인은 한가족이다. 이미 너와 나도 가족이 아닌가. (웃음) 아닌가. (다시 멋쩍게 웃음) 나는 적어도 우리가 축구할 때만큼은 친형제라고 믿고 있다. (좌중 폭소)
루 - 사실 아직도 주제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한국사회가 폐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특유의 유교문화 기반을 고려해볼 때 왜 이번 인사가 논란이 되는지 알 것 같다. 이번 인사가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정치적 보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좀 더 논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소문이 단순한 루머라면 더욱 정부 측에서 노력해야 한다. 모든 갈등은 덮어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칼 - 나 또한 흥미롭게 지켜보겠다. 한국은 역시 다이나믹하다. (웃음) 또한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매일 발생한다. 난 이래서 한국이 좋다.
허 - 외국인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주제를 가지고 많은 의견을 내주어서 고맙다. 이번 인터뷰가 한국 국민에게도 많은 생각거리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주말에 야구장에 함께 데려가고 싶다.
외국인 일동 - 기대하겠다. 매주 인터뷰를 하고 매주 함께 놀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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