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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대한민국 연극의 본거지이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는 지역이라고 불리는 이곳. 1970년대부터 쉼 없이 주옥같은 배우를 배출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대학로. 요즘 그 대학로의 중심에 ‘연극열전’이 있다. 2004년 고사의 위기에 처해있던 대학로에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연극열전’은 올 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대학로의 판을 바꿔나가고 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신시컴퍼니 <엄마를 부탁해>, 뮤지컬해븐 <뷰티퀸>, 엠뮤지컬컴퍼니 <낮잠>,오디뮤지컬컴퍼니 <이(爾)>

‘판’이 바뀌는 대학로

최근 대학로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국내 메이저 뮤지컬 제작사가 앞다퉈 대학로에 진출하고 있는 것. 극단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프로듀서 중심의 제작 시스템을 앞세운 공격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가장 활발하게 작품을 올리고 있는 제작사는 <맘마미아!><시카고><아이다> 등 뮤지컬 흥행 레퍼토리를 보유한 ‘신씨컴퍼니’, 이들은 ‘신시뮤지컬컴퍼니’라는 회사명을 ‘신시컴퍼니’로 바꾸며 연극 제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해 11월부터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피아프>와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가을 소나타>를 올린데 이어, 현재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의 <엄마를 부탁해>가 공연 중이고 오는 4월에는 작년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대학살의 신>을 선보일 계획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쓰릴 미><스위니 토드> 등을 제작한 ‘뮤지컬해븐’은 ‘노네임씨어터컴퍼니’라는 이름의 연극 브랜드를 만들어 창립작 <뷰티퀸>을 공연 중이며, <드림걸즈><지킬 앤 하이드><그리스> 등을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 공연을 준비 중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삼총사><살인마 잭>의 제작사 ‘엠뮤지컬컴퍼니’는 류장하 허진호 장항준 김태용 감독을 내세운 ‘감독, 무대로 오다’란 일 년 간의 장기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각 제작사마다 특색 있는 콘셉트를 내세운 일련의 작품들은 대학로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작품들의 등장은 기존의 극단을 중심으로 한 작가주의적 작품과는 괘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과됐던 상업 연극시장의 개발이라는 지점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대학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이러한 변화의 시작 지점으로 ‘연극열전’ 시리즈를 손꼽는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연극열전’ 15편 포스터 <한씨연대기><에쿠우스><관객모독><남자충동><판타스틱스><햄릿><잘자요, 엄마><허삼관 매혈기><택시드리벌><불 좀 꺼주세요><백마강 달밤에><청춘예찬><오구><이발사박몽구><피의 결혼>

대학로의 새 바람 ‘연극열전’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6년 전, 2004년의 대학로엔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한국 영화의 급성장과는 달리 연극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여기저기서 ‘연극은 죽었다’는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뚝심 있게 대학로를 지켜 온 극단들이 작품들을 계속해서 내놓았다지만 텅 빈 극장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때 대학로를 대표하는 극장 ‘동숭아트센터’가 새로이 ‘연극열전’ 시리즈를 기획했다. 1989년 건립된 동숭아트센터는 당시 소극장만 즐비한 대학로에 ‘연극으로도 상업적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운영해 온‘(주)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가 ‘연극열전’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극의 부활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에 없었던 이 시리즈를 기획하기 위해 연극이 가진 본연의 정신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대학로를 이끌어 온 배우들과 연출이 조금씩 힘을 모았다. <한씨연대기>를 시작으로 <에쿠우스><관객모독><남자충동><판타스틱스><햄릿><잘자요, 엄마><허삼관 매혈기><택시드리벌><불 좀 꺼주세요><백마강 달밤에><청춘예찬><오구><이발사박몽구><피의 결혼>까지 근현대사 20년을 조망하는 15편의 명작을 ‘연극열전’이라는 이름 하에 모아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프로듀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객석 점유율 78퍼센트, 총 관객 17만 명’이란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움츠러들고 있던 대학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연극이 가진 힘을 확인하게 한 것이다.


‘연극열전2-조재현 프로그래머 되다!’ 홍보영상

돌아온 ‘연극열전2’의 대박행진

‘연극열전’의 성공 이후로 대학로가 침체될 때면 사람들은 ‘연극열전’이 보여줬던 가능성을 그리워했다. 결국 ‘연극열전’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주)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는 그 책임감을 짊어지고 2007년 11월 ‘(주)연극열전’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2004년 ‘연극열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설립된 ‘(주)연극열전’은 ‘연극열전2-조재현 프로그래머 되다!’라는 타이틀로 컴백했다. ‘연극열전2’의 지향점은 연극의 대중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항상 어렵다고들 말하는 대학로에 활력을 되찾게 하고 등을 돌렸던 관객들을 다시 무대 위의 열기로 달아오르게 하는 게 최종 목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연극열전’ 시리즈를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으로 한국연극의 레퍼토리 발굴, 국내 창작 작품 지원, 검증 받은 해외 작품 개발의 방향성을 잡았다. 프로그래머를 자청한 조재현은 “연극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작품들을 완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런 이유에서 지난 ‘연극열전’이 근현대사 20년의 행보를 돌아봤다면 ‘연극열전2’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이 원하는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연극뿐만 아니라 타 매체를 통해 연기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검증 받은 배우들도 ‘연극열전2’의 축제에 힘을 보탰다.

‘연극열전2’의 체계적인 노력은 ‘대박행진’의 열매를 맺었다. <서툰 사람들>을 시작으로 <늘근도둑이야기><리타길들이기><블랙버드><돌아온 엄사장><라이프인더씨어터><쉐이프><잘자요, 엄마><웃음의 대학><민들레 바람되어>까지 총 열 작품은 ‘객석 점유율 96퍼센트, 총 관객 27만 명’을 기록했다. 연극에서의 10만 명은 영화에서의 100만 명이라는 셈법에 따르면 <아바타>도 울고 갈 수치다. 게다가 <늘근도둑이야기><리타길들이기><웃음의 대학><민들레 바람되어> 네 작품의 앙코르 공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는 것. 13개월 동안 고르게 관객몰이를 한 데는 이미 첫 시즌을 통해 구축됐던 ‘연극열전’이란 브랜드의 힘이 컸다. 관객들에게 ‘연극열전 작품이면 믿고 볼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것. ‘연극열전2’는 총 4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연극인복지재단과 나눔문화재단에 기증했으며, 2004년 <에쿠우스> 공연 당시 뇌출혈로 쓰러졌던 故 김흥기 씨에게도 성금을 전달했다. ‘배고픈 것’으로 여겨지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이는 정말 쉽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연극열전3’ 제작보고회 현장

‘연극열전’이란 브랜드의 파워

‘연극열전’은 작년 12월을 시작으로 또 다시 1년 2개월 동안의 장기전에 들어갔다. 연극을 향한 맹목적인 애정을 과시하며 ‘연극열전3’가 시작됐다. ‘연극열전2’에서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조재현은 개막작인 <에쿠우스>의 ‘연출’이자 ‘배우’로 현재 1인 3역에 도전 중이다.

지난 ‘연극열전2’가 관객이 원하는 작품들 위주였다면 이번 ‘연극열전3’는 관객을 이끌어 갈 작품들로 구성됐다. 아홉 작품이 대기 중인 ‘연극열전3’의 라인업은 총 네 가지 콘셉트로 공연된다. 시대를 뛰어 넘는 감독의 ‘클래식 명작’에 <에쿠우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책과 드라마의 감동을 무대로 옮겨오는 ‘원작의 무대화’에 <오빠가 돌아왔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해외 초연작’ <엄마들의 수다><너와 함께라면><매년 이맘 때>, 연극열전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숨은 명작 ‘연극열전 프로포즈’ <경남 창녕군 길곡면><트라이앵글>이 그 주인공. 조재현 프로그래머는 “이번 라인업은 ‘연극열전4’로 나아가기 위한 예행연습의 의미가 강하다. 어차피 겪어야 하는 것이라면 좀 일찍 겪자는 생각이다. ‘연극열전3’의 작품들은 흥행성이 보장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4가지 확실한 콘셉트로 다양한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동시에 “연극열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극 관객을 확장시키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는 여전하다. 내부적으로 연극열전 팀 자체가 내공을 쌓아야겠단 목표도 있고. ‘연극열전4’에 이르러선 전용관을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며 앞으로 ‘연극열전’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연극열전' 프로그래머 조재현

‘연극열전’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로

현재 공연 중인 <에쿠우스>와 <엄마들의 수다>는 어김 없이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연극열전2’에 이은 연타석 홈런을 예고하고 있다. 조재현 프로그래머의 말 그대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었다는 점에 ‘연극열전’의 성공은 대학로의 의미 있는 성과다. 송강호 설경구 김윤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시작은 모두 대학로였다. 그들은 늘 연극으로 배운 경험이 자신들의 연기를 완성하는 초석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이순재는 “무대야 말로 배우가 가장 끝에 서야 하는 곳이 아니겠나. 제대로 연기하는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장진 감독은 “연극이 주는 빛나는 철학을 알아야 한다”며 연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토록 찬란한 가치를 지닌 연극, 그리고 그 연극의 고향 대학로의 미래를 짊어진 ‘연극열전’ 시리즈의 지속적인 성공을 응원한다. 더불어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 한국 영화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의 눈부신 성장에 비해, 한국의 공연은 상대적으로 '배고픈' 분야임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예술계에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극장, 문예회관과 연계하여 공연예술단체를 육성하고 소외지역의 우수 공연 프로그램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글/무비위크 이유진 기자(illenne@movie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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