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황정음이 사는 한옥, 메가시티展에서 발견!
과연 한국 현대건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궁금증이 든다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월 7일까지 개최되는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 서울’ 전을 꼭 봐야한다. 2년간(2007-2009년)이나 유럽전시를 통해 서구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은 전시로, 국내 내로라하는 16명의 건축 명장들과 서울 및 수도권의 의미있는 멋진 건축작품세계가 한자리에서 소개돼 거대 도시 속의 한국현대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 오랜만에 찾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새 지하철 노선들 덕분에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시관 앞에는 못보던 설치작품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공기로 작동하는 움직이는 대형 꽃잎. 최정화씨의 작품이다. 다행히 시간을 잘맞춘 덕에(오후 2시)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은 전시명처럼 한국의 거대도시 서울 속에서 점으로 읽히는 한국현대건축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자리다. 건축의 시작이 생존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서 비롯됐겠지만, 인간의 욕심과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 무분별한 도시개발은 볼상 사나운 난삽하고 제멋대로의 도시를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은 서울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그 건축물을 탄생시킨 건축가,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 하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의 모습을 통해 한국건축의 독창성과 희망적인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걸작들만 모아놓아서인지 한국건축가들이 얼마나 역동적이며 창의적인지 헤어날 수 없는 건축의 매력에 쏙 빠져들게 한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과 김자옥이 사는 한옥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간 것은 한옥. 몇 년 전 한 외국인이 “서울 가회동 등 전통한옥밀집지역에서 한옥이 무분별하게 개조되는 걸 막아달라”고 언론에 읍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곧 “그 외국인의 주장이 지나치다. 어느 정도의 리모델링은 필수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쟁점화되어 현장 확인을 한 적이 있었다. 운좋게 메가시티전에 참가한 황두진씨가 리모델링한 곳으로,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가정과 인테리어 회사의 직원 연수실 용도의 집이었다.
이 전시에도 황씨의 ‘무무헌’ ‘가회헌’ 등 작품이 소개되어 있지만, 당시 찾아간 가회동 집은 튼실한 주축돌에 단단히 선 기둥, 그 기둥 위로 하늘을 떠받친 기와와 목조가 사람과 땅과 하늘, 말 그대로 天-地-人을 하나로 이어주는 멋진 공간이었다. 이웃과 담쌓은 형태의 회색 아파트와 달리, 마당의 대나무와 발 건너 이웃 마당과 집이 보였고, 그집 기와와 하늘도 한눈에 들어왔다. 마당 섬돌 위에 신을 벗고 대청마루로 들어서 안방, 사랑방 순례를 했는데, 어떤 접착제나 못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문풍지 바른 문을 열면서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글읽던 소리며, 할아버지께 가갸거겨 한글을 배웠던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안방문을 열자 실내는 여느 현대적 공간처럼 쓰이고 있었다. 현대적인 오디오세트와 그림도 걸려있었다. 대청마루를 지나서 안방, 작은 방들을 들어서곤 깜짝 놀라고 말았었다. 전통적인 한옥 모양새이지만 쓰기 편하게 되어 있어 바쁘게 살면서 실용성을 주장해온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부엌도 쓰기에 편리한 설거지 기계 까지 갖춰져 있었고, 지하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근사했다.
그 집 주인은 외국인 남편이 한옥을 특히 사랑하고 아껴서 리모델링하고 편하게 눌러앉아 살고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난방에 대해 물었는데 “온돌을 잘 놓아서 겨울에 뜨끈뜨끈하고, 한옥 구조 덕에 여름엔 시원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샐러리맨 입장에선 땅값이며 리모델링비며 도저히 샐러리맨은 꿈꾸기 힘든 고가라 속으로 ‘넘넘 부럽다’를 연발하며 ‘언젠가 나중에 여유가 되면 이런 곳에 살아야지...’ 하며 그 집을 문을 나섰던 기억이 새롭다.
출품된 황두진씨의 ‘무무헌’을 자세히 보니 한창 뜨는 인기드라마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자옥씨와 황정음의 집으로 비춰지는 그 집이다. 황씨는 한옥을 위해 단면을 어떻게 만드는지,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등도 보여준다. 서울시는 한옥을 새롭게 신축하면 최대 1억원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며 진화하고 있는 한옥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한국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덧붙여 메가시티전의 전시 부스 디자인도 황두진씨가 맡았다고 하는데, 건축적 개념을 미니멀하게 잘 표현했다.
가장 인사동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덕원갤러리’
이날 도슨트(정상욱씨, 한양대 건축학부 5학년생)의 설명을 들으면서 새로이 알게 된 곳이 서울 인사동의 덕원갤러리였다. 인사동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기도 해 무심히 지나쳤지만, 이 갤러리는 건축가 권문성씨가 의뢰를 받아서 건물 전면부를 절개해서 새로 재구성해서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했다.
건축가들 사이에 인사동은 정답없는 난제의 거리로 통했다. 덕원갤러리는 리모델링 초기 ‘가장 인사동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새 몸짓을 보여주는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엄마가 싸움박질한 두 아이를 헤아리며 다독거리는 모양새라고 할까. 건축가는 현설적인 필요에 따라 커져버린 묵직한 체구를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누고 거기에 표면마저 더 잘게 분해시켜버림으로써 보행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또 인사동과 부드럽게 섞일 수 있는 나무, 기와, 전돌 같은 재료를 적극 활용하여 다른 거리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표정을 연출했다. 건물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옥상까지 이어진 외부 계단은 자연스럽게 거리의 동선과 시선을 끌고 들어와 작품앞에 서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쌈지길, 청계천 문화관 등 다양한 건축물 관련 전시
서울의 답답한 도심에 시원한 물줄기로 숨통을 틔운 청계천처럼 ‘청계천 문화관’(정림건축 작)는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꼭대기층에서 물흐르듯이 완만한 흐름을 보여준다.
청계천 문화관
국내 최초로 시민단체가 발의해 만든 ‘기적의 도서관’(정기웅 작), 교회는 폐쇄저인 곳이란 편견을 깨고 대중을 향해 열린 이미지를 주는 설계개념을 도입한 분당적의 가나안 교회’(이충기 작), 관공서도 이만큼 멋질 수 있고,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의 왕십리동사무소’(김인철 작), ㄷ자 형적의건물로 각종 건축 규제를 피무소서도 멋진 디자인과 다양성는 설세계인철0대의건물로 꼽히는 ‘쁘띠끄 모나코’(조민석 작), 인사동설길문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된 ‘쌈지길’(최문규 작), 콘크리트 박스 덩어리로도 4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수곡리 ㅁ자집’(조병수 작)지역 출품작들은 하나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전시는 2007년말부터 2009년까지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에서 처음 열려 현지의 건축계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베를린의 독일건축센터, 에스토니아건축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로니아건축사협회 등의 초청을 받아 168일간의 유럽순회전을 거쳤다. 과천현대미술관 전시는 유럽전시를 마무리하는 귀국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사)새건축사협의회(회장 이필훈)가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왜 전시 이름이 ‘메가시티 네트워크’인가?
전시 주제인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초고밀도, 고층화가 주도하는 거대도시의 냉혹한 건축시장에서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창의적 건축가들의 네트워크에 포인트를 맞춘 것이다. 전시장 전면 스크린에는 ‘새로운 건축공간’ ‘새로운 구축법’ ‘사회를 향한 공공성’ ‘거대 도시 속의 건축의 점들’ ‘건축의 네트워크는 도시문화 촉발의 방아쇠’ ‘문제와 가능성의 혼합체’ ‘도시문화의 전략적 마딧점’이란 단어가 수를 놓는다.
서울에 대한 숫자도 직선적이다. 1023만명의 서울은 전세계 도시중 인구수 1위이다. 도쿄가 810만으로 5위, 뉴욕도 800만으로 6위에 불과하다. 서울은 수도권과 합쳐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48% 약 절반이다. 수도권 인구집중도를 보면 영국이 26%, 파리가 19%인데, 서울은 48%나 된다. 건축물의 평균 층수는 2.5층, 평균 필지는 267㎡로 인구밀도는 높고 건축밀도는 낮은 도시다. ‘도시는 불규칙하고 건축은 혼성적’이다.
전시의 총괄 기획자인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한국의 거대도시에 무질서하게 흩어진 건축이 엮어내는 잠재적 연결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또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도시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건축은 그 중간 지대에 분산되었다. 그러나 서양이 갖지 못한 거대도시의 역동성과 건축의 이질성은 역설적으로 혁신의 가능성이기도 하다”고 했다.
참여 작가는 국내외적으로 활동이 주목되는 16인의 건축가들이다. 한국도시의 현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세계건축의 보편성과 연결시킨 지난 10년간의 완성작으로 구성되었다. 한옥, 고층아파트, 교회, 주상복합건축, 사무소, 공공건축, 미술관, 도서관, 병원, 경기장, 폐광촌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안한다.
유럽순회전 당시 ‘한국건축가들은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도시와 밀집된 공간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라인 마인 차이퉁, 2007.12.8), ‘한국건축은 놀라움을 산다. 극적이고 과장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투철한 실험정신 때문이다’(2008. 7.4), ‘한국건축가들은 일본, 중국 건축가보다 지적이고 열정적이고, 융통성을 갖고 있으며,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바우첸트룸 에-바우 2008년 1,2월호)는 호평을 받았다.
이 전시를 참관한 건축학도 정미나씨(21)는 “외국의 찬사를 받았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유명 건축가의 스케치나 모형, 설계도면 등 건축물이 완공되기 전 건축가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한나씨(22)도 “건축학도로서 건축가들로부터 배워야할 점이 무엇인지 보러왔다”면서 “한옥에 관심이 많은데 황두진씨가 단면을 어떻게 만들고 공간을 어떻게 손댔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전시 참가자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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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전시 기간 : 2009.12.23~2010.3.7.
ㅇ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제7전시실
ㅇ 가는 방법 :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입구 바로 옆에서 20분 간격으로 미술관 무료셔틀버스무료 운행
ㅇ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 오후 오후 8시까지)
ㅇ 관람료 : 26-64세 3,000원(단체2,000원) / 19-25세 1,500원 / 18세이하, 65세 이상 무료
ㅇ 건축가와의 대화 : 2.17(수) 오후 2-4시 제7 전시실 (건축가 : 권문성, 이충기, 정기용, 조민석, 조병수, 이종건(비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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