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속일 수 없다, 마음의 병을 치료 해주는 미술치료사들
우리가 늘 하는 '말'. 어떠한 의식과 행위로 이어지는 이 '말'은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 '거짓말'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행동이나 표정들을 활용합니다. 의식을 통하는 말은 사람들을 속일 수 있지만, 무의식을 통하는 행위는 온전히 속일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말이 아닌 또 다른 표현 수단인 '그림'은 어떨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색깔, 사용하는 이미지를 통해 과연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림은 속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의식과 무의식의 중점에 서서 표현하는 것이 그림이기 때문이죠.
미술치료, 미술치료사가 뭐지?
그림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비추어줍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모습을 '미술'을 통해 정신, 심리(마음), 감정의 문제를 다루며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술치료'입니다. 그리고 미술 치료를 통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들, 자의식을 상실한 사람들 등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치유를 돕는 사람이 바로, '미술치료사'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ex: 낙서), 만드는 것(ex: 무엇인가를 창조적으로 꾸미고, 변화시키려하는 다양한 시도들. 의상코디, 화장하기, 집 꾸미기, 요리 등) 등을 좋아합니다. 보통 이런 것들을 '미술'이라고 지칭하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껏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 아무런 저항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음껏 자신의 진짜 모습을 표현할 수 있기 있기 때문에 이 '미술'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미술을 도구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그 과정을 즐겁게 다루어가며 치료를 진행하는 사람이 바로, '미술치료사'인 것이지요.
미술치료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미술치료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미술 활동의 치유 역할과 치료의 넓은 의미가 발전해 가면서, 심리학과 더불어 미술사·인류학 정신의학과 같은 여러 분야의 접근과의 결합에 의해 형성되었습니다. 미술치료의 시작은 나라마다 다르나, 1800년과 1900년 초에 유럽에서 일어났는데, 정신 질환자, 시설에 있는 성인들, 환자들의 그림이 정신병리 진단의 보조도구로 사용 되었습니다. 그 후 산업화의 발달로 인간성 상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정신 병리적 문제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연구,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미술치료의 발전은 미술이 지니고 있는 투사적 장점이 있어, 평가적 도구와 치료적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차츰 성인에서 아동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아동의 미술 발달 단계를 연구 및 아동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더욱 발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이 미술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아직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미술치료'와 '미술치료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통합인지연구소'를 찾아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소장
- 서울아동가족상담센터 원장
- 한국통합인지연구소 소장
- (사)한국예술치료학회 법인이사 / 서울 1지부장
- (사) 한국예술치료학회 공인 미술치료 전문가 / 슈퍼바이저
- 미술치료사가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아픈 사람의 마음은 아픈 사람이 잘 안다고들 하지요.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상처 입은 제 자신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상처에 민감했던 저에게 있어 미술과의 만남은, 위로였고 친구였고 꿈이었고 세상과 소통이자 통로가 되었습니다. 미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저는 화가의 꿈을 키우며 미대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나 화가의 꿈이 흔들리고, 그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때 선교원에서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치는 자원 봉사를 하게 되었고, 그 때 만난 소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아이였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나 행복한 표정과 눈빛으로, 본 적도 없는 집, 나무, 꽃 등을 그렸습니다. 그 소년이 그린 그림은 모양을 갖춘 멋진 그림은 아니었지만(마치 낙서와도 같았지만) 그 소년의 마음에 그려져 있는 세상을 볼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마음 안에 어떤 그림이 있느냐에 따라 표현하는 것, 바라보는 세상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소년의 마음 속 세상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득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때부터 '상처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마음 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미술치료사였습니다.
- 기억에 남는 미술치료의 사례가 있나요?
한 분 한 분 정말 다 소중해서 딱 꼽으라고 하면 되게 힘들어요(웃음). 지금 떠오르는 친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갑작스럽게 배변장애가 생긴 아이(4살)예요. (기자에게) 혹시 변비 걸려보셨어요? 되게 고통스럽거든요. 근데 이 친구는 화장실을 가려면 관장을 해야 할 정도인 거예요. 그 때 그 아이 엄마가 미술치료센터로 아이를 데려 왔지요. 저는 그 아이에게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또 언어적으로 표현이 어려운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긴장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풀어주며 아이의 배변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아이가 치료실에서 '뿌직' 하고 대변을 봤으니까요^^; "선생님! 저 똥 쌌어요!" 라고 하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그 이후로 그 아이는 불안하고 경직되어 있던 모습에서 웃음과 함께 안정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미술치료를 통해 자기다움을 찾고,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내담자와 함께 저 또한 매번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때문에 함께 했던 모든 내담자들이 저의 기억의 구석구석 남아있습니다.
- 미술치료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대개 사람들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고하면 정신질환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과 연결시키곤 합니다. 그러한 인식은 미술치료의 다양한 대상을 제한하게 됩니다. 때문에 질문의 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바꾸어서, 다른 치료적인 접근보다 미술치료적인 접근이 더 용이한 대상을 생각해 보자면, 미술치료는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로할 수 없는 감정, 생각, 미지의 숨겨진 심상의 영역을 다루어야 하는 이슈를 가지고 있는 대상들에게 거부감 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를 다루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미술이 생활 주변에서 가장 익숙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미술 작업을 하면서 치료사와 마음을 나누면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될 수 있는 것이죠.
- 미술치료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요?
많죠. 병원, 요양소, 상담센터, 클리닉, 복지관, 학교, 미술스튜디오 등등 의외로 미술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병원: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정신병원,폐쇄병동, 낮병동, 일반외래)
요양소: 소아암 및 장기 입원환자, 요양 노인 등
치료(상담)센터: 상담이 필요한 모든 대상
복지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부터 성인
학교 : 학교 부적응(상담실), 일반아동 (방과 후)
미술 스튜디오 : 일반 성인 등 다양한 모든 대상
- 미술치료사 자격증 열풍이 부는 것 같아요. 이 자격증, 꼭 따야 하나요? 따야 한다면 취득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자격증에 대한 관심과 함께 미술치료사도 자격증 열풍이 불고 있는것 같습니다. 스펙 쌓기라고 하나요? 하지만 미술치료사 자격증은 스펙을 위한, 또 단기 완성인 자격증이 아닙니다. 치료사가 되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단지 몇시간의 짧은 교육과 형식적인 시험으로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미술치료 자격증이 미술치료사의 자질과 전문성을 모두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했다'라는 것은 최소한의 시작을 위한 준비 운동 후, 시작점에 서있는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 취득만이 아니라 취득 후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임상 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국내 미술치료 자격증은 관련 학회와 협회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을 꼭 따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자격 취득은 미술치료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 되므로 필요합니다. 또한 자격증을 취득한 기관에 소속이 되어 지속적인 정보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의 과정을 밞아가며 자격을 유지해 나가야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 미술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나요? 일시적이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미술치료의 효과는 수많은 연구와 임상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듯이 높이 평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치료를 경험한 모든 대상의 심신의 병이 치료된다'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의미에서의 효과를 묻는다면 그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은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운동을 해서 몸짱이 되었다고 계속 몸짱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듯이 몸짱이 되기 이전 패턴의 삶을 살아간다면 몸짱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지속적인 관리는 자신에 대한 관심과 이해에서 시작되어 관리될 때에 더 효과적으로 관리되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는 바로 이러한 자신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되며,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할 수 있는 자기 치유력과 자아의 힘이 길러지는 과정이 됩니다.
미술치료에서 치료라는 과정이 단지 일회성 카타르시스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 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하루 이틀 내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뿌리를 유아기까지 거슬러 가보지 않더라도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쳐 생긴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혹시 그 기간이 짧다하더라도 그 문제를 받아들이고 힘들어하게 되는 성격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린 일입니다. 때문에 치료의 과정이나 기간이 짧지 않습니다. 또한 치료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미술치료는 근본적인 차원의 영역까지 연결되어 개입이 이루어지므로, 미술치료의 효과는 일회적이라는 특징보다는 오히려 근본적, 장기적, 지속적인 영향과 효과가 있다라는 차원이 더 적절한 치료라 할 수 있습니다.
- 미술치료사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미술'치료사 라서 '말'은 잘 못하겠는데(웃음). 누구나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은폐하고 싶어하지 남에게 들춰보이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좀 더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그 아픔과 상처들은 얼마든지 치유 될 수 있고 바뀔 수 있고 스스로 변화 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임을 잊지마시고, 저는 그런 분들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 주위에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기회가 되면 '미술치료'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미술치료를 받으려면 가격이 그리 만만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으로 받을 시 1회에 7~10만원 정도 라고 합니다. 또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복지관이나 학교 상담센터를 찾아가면 무료 혹은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미술치료를 받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치료 그림은 모두 비공개?
인터뷰 후, 저는 '미술치료'에 대한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례의 그림을 요청했지만, 모든 그림은 비공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 사람이 표현해 낸 이 그림도 엄연히 그 사람의' 비밀'인 것입니다. 내가 미술치료사 분께 들추기 힘든 내 상처를 믿고 다 말씀드리고 치료를 했는데, 그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저도 좀 껄끄러워지는건 사실이네요. 그래서인지 이윤희 미술치료사님 역시 사람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매우 조심스럽게 말 하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 미술치료에 대한 강연 등을 나가서 사례를 소개할 때에는 가명이나 익명 또 약간의 조작을 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비밀을 존중하기 위함이지요. (이 과정들은 의료적인 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case study'를 할 때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바로 병원에 가지요? 이제는 내 '마음의 감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망설이지 말고 '미술치료사'님을 찾아주세요. 어느새 마음의 어둠은 사라지고 즐겁고 신나는 일만 가득한 자신의 삶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사진/노영은(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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