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부터 9일간 열린 세계적 영화 축제인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3일 폐막식을 끝으로 성공적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매년 특별하고 독특했던 전주국제영화제였지만 특히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정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균형적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9일 내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 틈에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만의 특별함을 문대기가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Part1. 2013 전주국제영화제, 그 특별함에 대하여
2013 전주국제영화제는 몇몇의 프로그램들에서 기존의 프로그램과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지난 영화제와 비교해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들은 강화하고 정비가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폐지하는 등의 변화를 줘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파헤쳐 보도록 할까요?
JIFF(Ju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roject 1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이방인>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지프 프로젝트’는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기획된 <디지털 삼인삼색>과 한국단편영화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행되는 <숏!숏!숏!>으로 나뉩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세 명의 감독에게 작품 당 5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각각 30분 내외의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선정된 감독들은 주제에 맞게 자유로운 연출을 할 수 있지요. 이번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의 주제는 ‘이방인’이었습니다. 많은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살아가는 요즘, 이방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보편적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에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주제 아래 세 명의 아시아 감독들이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방인’의 감정을 작품 속에 녹여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출신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의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이라는 영화였는데요.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이방인처럼 사는 부부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무성영화였습니다. 영화 속 부부의 모습은 같은 곳에 살고 함께 밥을 먹지만 마치 둘 사이에 벽이 있는 듯 소통을 하지 않는 타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 타인이 되어버린 이유의 실마리는 영화 중반, 사고로 죽은 아이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죽은 아이로 인해 부부의 세계는 침묵 속에 갇혀 버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두 번째는 장률 감독의 <풍경>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풍경>은 서울에서 일하는 외로운 외국인 노동자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서울의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룸으로써 그들에 대한 슬픔과 연민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이방인>의 마지막 작품은 인도네시아 출신 에드윈 감독의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라는 영화입니다.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부인>은 전설을 쫓아 사와이 섬을 찾은 이방인 마리나가 전설 속 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이방인 수캅을 만나 일어나는 상황을 담은 영화입니다. 즉 이방인과 이방인의 만남인거죠. 유려한 영상미가 시선을 사로잡은 이 영화는 현실과 전설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며 내적 기쁨을 찾는 듯한 모습으로 마무리 되며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이방인’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타인이라는 외로움과 소외된 모습은 각 세편의 영화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는데요. 그 중 외국인 노동자들의 외로움을 일상생활 속 모습에서 찾고자한 장률감독과의 GV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장률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_인터뷰]

▲영화 상영 후 감독과 소통하는 장률 감독 ⓒ황혜란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에서 고단히 살아가는 이방인들, 즉 ‘외국인 노동자들’의 외로움을 담고 싶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하게 스쳐가는 그들을 잠시 멈춰 서 바라보자는 제안을 담은 영화입니다.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대부분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 이야기도 서울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외로움에 대해 담고 있는데, 특별히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시는 이유가 있는지?
찍다 보니 항상 소외된 사람들만 찍게 되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저의 정서가 그 쪽으로 자꾸만 기울게 돼요. 대한민국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공동의 테두리 안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습니다.
JIFF Project 2 <숏!숏!숏! 2013>

두 번째 지프 프로젝트 <숏!숏!숏!>은 한국 영화감독 2~3인을 선정한 뒤,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통해 단편영화 창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한국단편영화제작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숏!숏!숏! 2013>의 주제는 ‘소설, 영화를 만나다’였는데요. 선정된 세 명의 한국 감독들은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소설들을 영화화하여 소개했습니다.

▲영화화된 작품들의 원작자 김영하 작가(좌)와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각색, 연출한 이상우, 이진우, 박진성·박진석 감독(우) ⓒJIFF 공식 자료
첫 번째 감독은 김영하 작가의 <비상구>를 각색해 연출한 이상우 감독이었습니다. 영화 <비상구>는 모텔을 전전긍긍하며 탈출구가 없는 삶을 사는 20대 청춘의 일기를 담은 영화로 육체적 쾌락만을 자신의 ‘비상구’로 여기는 주인공을 통해 탈출구 없는 청춘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영화였습니다.
두 번째 김영하 작가의 <피뢰침>을 각색한 이진우 감독의 <번개와 춤을>이라는 영화는 번개를 맞고 새로운 경험에 눈을 뜬 사람들의 기묘한 의식과 로맨스를 다룬 다소 유쾌한 영화였는데요. <번개와 춤을>은 남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절실한 치유로 다가오는 과정을 그리며, 활기찬 세계 뒤에 존재하는 인간의 두려움을 잘 드러낸 영화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형제감독인 박진성·박진석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THE BODY>라는 영화였습니다. 원작인 <마지막 손님>을 각색한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또 다른 작품 <크리스마스 캐롤>과 엮어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각색되었는데요. 젊은 부부가 영화감독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오고 상상력을 일깨우는 ‘낯선 느낌이 주는 신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속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숏!숏!숏!> 프로그램. 텍스트로 표현된 부분이 영상을 통해 재해석된 묘미가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의 연결이 더욱 기대되고 관객들 또한 더욱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주프로젝트마켓(JPM)
올해로 제5회를 맞이한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제작 가능성을 지닌 극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적극 발굴·지원함으로써 영화 제작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시행된 행사입니다. 즉 투자자와 감독을 맺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인거죠. 특히 올해에는 극영화 피칭과 다큐멘터리 피칭으로 나뉘어 진행돼 더욱 효과적인 프로젝트로 거듭났습니다.

▲영화제 기간 내내 개방되었던 전주프로젝트마켓 현장 ⓒ황혜란
극영화 피칭은 극장용 디지털 극영화의 발굴이 목적이 되어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재능 있는 감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5편의 작품 중 최우수상으로 선정되면 제작지원금 1천만 원을 비롯한 각종 혜택들이 주어지지요.
다큐멘터리 피칭은 극장개봉을 목표로 하는 HD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제작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된 행사입니다. 극영화 피칭과 마찬가지로 5편의 작품 중 최우수상에게는 제작지원금 1천만 원을 비롯한 많은 혜택들이 주어졌습니다.

▲전주프로젝트프로모션 시상식 현장. 극영화 부문에서는 <13계단>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춘희막이>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JIFF 공식 자료
실제로 한 투자관계자는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울러 전주프로젝트마켓이 독립 영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내실 있게 발전하는 전주프로젝트마켓이 되어 한국의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한층 더 다채로워진 프로그램 이벤트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의 거리’는 다양한 콘서트와 이벤트들로 가득 차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대기가 찾아갔던 날에는 밴드 ‘좋아서하는밴드’와 ‘페이퍼컷프로젝트’가 전주국제영화제의 밤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라이브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친 ‘좋아서하는밴드’
특히 ‘좋아서하는밴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4년 전, 무명이었던 ‘좋아서하는밴드’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무작정 거리 공연을 펼쳤다고 했는데요. 그 후 매년 영화제에 초청되어 공연을 펼쳤는데, 올해에는 드디어 처음으로 라이브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밴드인 만큼 공연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고 수백 명의 관중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도록 만드는 공연이었습니다.

▲데일리라운지파티를 즐기는 지프 관객들(좌)
지프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3인조 남성밴드 ‘페이퍼컷프로젝트’(우)
이러한 공연들 이외에도 유명 철학자 강신주의 강연, 최근 화제작 <전설의 주먹> 배우들의 무대인사, 류승완 감독과의 대화 등 다양한 토크 콘서트 및 이벤트들이 9일 내내 열려 지루할 틈이 없었던 전주국제영화제였습니다.
Part2. 문대기‘s Choice! 테마로 보는 전주국제영화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프리미어 영화를 포함해 총 190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모든 영화를 관람하고 싶은 것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308편의 영화를 모두 관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문대기에서 ‘테마로 보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수많은 상영작 중 ‘여자’와 ‘색다름’을 추구한 총 여섯 편의 작품들. 테마로 보는 문대기‘s Choice! 지금부터 함께 보실까요?
1 여자, 영화의 중심에 서다
① 여자, 한 남자의 인생을 바꾸다. - 하나는 나, 하나는 너

‘여자, 영화의 중심에 서다’의 첫 번째 영화는 인도 영화, <하나는 나, 하나는 너>입니다. 발리우드 최고의 스타 까리나 카푸르와 임란 칸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하나는 나, 하나는 너>는 항상 가족이 원하는 대로 살아왔던 남자주인공 라훌을 활발한 여자주인공 리아나가 능동적인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누가 보아도 ‘Perfectly average’한 남자 라훌. 그리고 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 리아나. ‘반대가 끌리는 이유’의 본보기가 될 만한 이들이 서로 맞춰가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사랑 이외에도 주목할 만 한 점은 인도 중산층에 대한 비판이었는데요. 인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라훌은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가족의 압박과 기대감 속에서 자라왔기에 자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 때, 그에게 등장한 것이 리아나였습니다. 리아나는 특유의 엉뚱하고 발랄한 성격으로 라훌에게 ‘라훌 그 자신’을 선물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는 나, 하나는 너>는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영화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② 여자, 내면의 본성을 드러내다. - 미친년들

두 번째 영화는 파격적인 제목만큼이나 관객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얻었던 영화 <미친년들>입니다. 전석 매진이 될 만큼 이목이 집중되었던 <미친년들>은 어머니와 딸 둘로 구성된 여자 셋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블랙코미디 영화였습니다.

▲<미친년들> 관람을 위해 입장하는 관객(좌) /
영화 상영 전, 사람들이 가득 찬 상영관 내부(우) ⓒ 황혜란
영화 속에는 임신한 주인공과 레즈비언 언니, 그리고 알코올중독자인 엄마가 등장하는데요. 임신 호르몬 때문인지 내면의 욕망을 참지 못하는 주인공 모나와 술을 마시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레즈비언 언니, 그리고 알코올중독자에서 벗어났지만 간혹 내면의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분출하는 엄마까지. 이들의 좌충우돌 인생을 담은 영화 <미친년들>은 우리 사회 속의 비주류 계층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세 모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되돌아보면 쾌감만을 추구하는 세 모녀의 모습은 극대화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그들 자신의 내면에는 ‘쾌락’을 추구하는 자아가 들어있기 마련입니다. ‘미친년들’이라 일컬어지는 세 모녀는 ‘미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욕망을 남들보다 ‘덜’ 숨겨 그저 보편적인 내면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요?
③ 여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 어머니들

여자의 삶을 다룬 마지막 영화는 쉬 후이 징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머니들>입니다. 이 영화는 중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중국의 ‘한 아이 정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대립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넘치는 인구를 지닌 중국은 1980년부터 산아제한 정책(한 아이 정책)을 공식 가족 정책을 채택해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고통을 받는 것은 중국의 ‘어머니들’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불임시술을 받거나 여성용 피임기구를 착용하며 중국의 가족 정책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자녀를 가지고 싶은 소망으로 정책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소수의 어머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디찬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하는 중국의 여성들을 다룬 영화 <어머니들>. 이 영화에서는 자유롭게 아이를 낳아 기르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아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 어머니들을 좇아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하는 마을의 관리자들의 대치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표현함으로써 울지 못하는 비극, 웃지 못하는 희극을 연출했습니다.
2 색다른 도전, 독특함과 만난 영화들
① ‘홍합’이라는 색다른 소재 – 사랑해, 홍합!

‘색다른 도전, 독특함과 만난 영화들’의 첫 번째 영화는 이름에서부터 독특함이 통통 튀는 <사랑해, 홍합!>이라는 작품입니다. 네덜란드의 빌레믹 클뤠이포윗 감독이 연출한 <사랑해, 홍합!>은 홍합 양식업자, 홍합 인공수정 연구원, 홍합요리사, 홍합을 이용한 수술을 하는 의사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야말로 홍합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홍합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담은 이 영화는 디테일한 홍합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로 빨려 들어가도록 만듭니다. <사랑해, 홍합!>에서는 스스로 짝짓기를 하지 못하는 홍합들을 인공적으로 번식시키는 과정이나 홍합을 이용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 수중에서도 끈적이는 홍합의 성분을 이용해 뱃속에 있는 태아들을 시술하는 모습 등의 카메라로 담아내기 힘든 부분까지 자세한 묘사를 통해 표현하며 높은 연출력을 보였습니다.
② 색다른 감독, 색다른 감동 – 와즈다

▲<와즈다>의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위) / <와즈다 스틸컷>(아래) ⓒJIFF 공식 자료
두 번째 영화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을 장식한 <와즈다>라는 작품입니다. <와즈다>는 색다른 감독을 통해 색다른 감동을 이끌어 낸 작품으로 평가받은 작품인데요.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화제가 되었던 <와즈다>는 워낙 훌륭한 영화라 평가받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폐막작 <와즈다>의 포스터 ⓒ황혜란
<와즈다>의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입니다.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녀가 겪었던 여성의 현실을 영화에 반영했습니다. 소녀 와즈다의 성장영화이자 사회현실을 반영한 현실영화인 <와즈다>는 친구 압둘라와 함께 자전거 경주를 하는 것이 꿈인 소녀 와즈다가 자전거를 사기 위해 코란 암송 대회에 나가는 과정 속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특히 <와즈다>에서 주목할 점은 억압받는 아랍사회 여성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입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알몸이나 다름없다”며 남성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도 금지되고 남성이 멀리서 보이면 밖에서 노는 것조차 순결하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되는 아랍사회의 현실은 영화 <와즈다>를 통해 현실적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와즈다는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질주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새로움으로의 도약,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질주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금지된 것은 독특합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하얀 도화지에 첫 선을 그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와즈다>는 색다른 그녀를 통해 색다른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③ ‘옴니버스’라는 색다른 장르 – 춤추는 여자

‘독특함과 만난 영화들’의 마지막 영화는 <춤추는 여자>입니다. <춤추는 여자>는 현대무용을 안무가, 무용가, 화가,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5편의 에피소드가 모여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현대무용’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옴니버스’라는 독특한 장르가 만났기에 대중적 관심을 끌기 어려운 영화지만 뛰어난 연출력을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옴니버스 영화의 장점은 ‘다양함’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춤추는 여자>에서는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극영화 형식의 다소 산만한 조합을 이루었지만 ‘현대무용’이라는 소재 아래 화합성을 가지고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춤’에 대한 자긍심입니다. 춤추는 사람들에게 있어 춤은 어떤 존재인지, 왜 그들에게 춤이 살아갈 이유로서 표현되는 것인지를 드러내는 에피소드들은 결국 한데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냅니다. ‘춤은 우리들의 인생이다’라고.
지금까지 2013 전주국제영화제의 JIFF프로그램과 테마로 묶어본 상영작을 만나보았는데요. 올해도 세계의 각양각생의 영화들이 전주에서 하나의 페스티벌로 소개되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세계가 주목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13 전주에서 화려하게 비상한 올해 상영작들과 앞으로 국제무대에 소개될 다양한 영화들이 ‘영화’라는 영상 매개체를 넘어 문화콘텐츠로써 국제영화제의 힘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